나의 방패되시며 큰 상급되신 하나님 1-2 교구 이숙희 집사 지난 2월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깊은 슬럼프를 겪고 있었습니다. 몸은 고된 직장생활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고 영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소통이 막힌 답답한 상태였습니다. 성가대에 봉사하고 있다보니 습관적으로 주일예배는 드렸지만 철야예배는 물론 구역예배도 이런 저런 핑계로 드리지 않았습니다.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시간이 없어도 토요일에는 우선순위에 있던 구역예배마저 차츰 뒤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저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구역예배에 참석하지 못할 이유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슴은 무거운 돌덩이가 짖누르는 것처럼 점점 더 답답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저녁 수업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교구장님이었습니다. 교구장님이 새로 바뀌었단 말은 들었는데 교구실에도 들르지 않았던 터에서 교구장님의 전화를 받으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잠시 인사를 나누고 며칠 후 교구실에서 교구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구장님은 백일작정새벽기도회가 시작되니 참석해보라고 권유를 하셨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저로서는 새벽예배는 너무나 아득한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처럼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교구장님이 말씀하시니 그럼 한 번 시작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새벽예배에 나왔습니다. 너무나 피곤해 예배시간 내내 졸기를 반복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계속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백일작정기도회를 끝까지 해보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단하고 시작한 작정기도회는 원래 6월 19일에 끝났지만 저는 7월 17일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 금요철야예배에 맞추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기도제목을 하나씩 하나님께 아뢰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정한 백일을 채웠습니다. 가장 첫 번째 기도제목은 백일작정을 끝까지 하여 제 삶이 하나님 중심의 삶으로 바뀌어 주의 평안이 임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의 진로와 배우자, 건강 문제를 놓고 주께서 인도하셔서 주님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주님이 주신 직장에서 주의 은혜로 일을 잘 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한지 백일이 되던 7월 17일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15장 1절 “아브라함아 두려워말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하는 응답의 말씀을 주시며 큰 위로를 함께 내려주셨습니다. 저는 끓어오르는 감사와 감격으로 흐르는 눈물을 참지 않고 그냥 울었습니다. 백일의 새벽기도 기간에 집을 옮겨야 하는 등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음에도 그 저항들을 이겨내고 마무리를 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름 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고향인 충남 보령에 사시는 형부와 언니가 새로 이사한 집에 찾아와 여기 저기 손도 봐주고 해서 감사한 마음에 언니 집에 막내아들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언니 집에서 하루를 지내고 이튿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날씨는 맑았고 마음도 여유로웠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순간 차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저는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차는 어느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튕겨져나와 뒤집히면서 순식간에 중앙분리대를 넘어 하행선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에서 차 안에 넋을 놓고 앉아 있는데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고속도로 순찰직원들이 달려와 사태를 수습해주었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차체에서 빠져나와 구급차에 실려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옆에 탔던 아이는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저와 함께 유리 조작을 뒤집어 쓴 채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근처 병원으로 실려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저희를 치료하던 의사선생님은 사고내용으로 보아 최소 골절이나 큰 상처를 입는 것이 당연한데 어떻게 아이는 머리에 난 상처외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저 또한 큰 외상없이 이렇게 멀쩡할 수 있었냐며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는 머리에 난 상처 두 군데를 꿰맨 것 말고는 회복이 빨라 열흘 만에 퇴원했고 저는 두통과 염좌로 한 3주 입원치료를 받고 그 후에는 통원치료 하며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일로 인해 바쁘긴 했지만 주말에 한 번 정도는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고 그저 찬송을 함께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했습니다. 또 막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지역장님이 자녀가 학교 갈 때 문 앞에서 축복해준다는 말을 듣고 저도 제 나름대로 아침마다 성경 한 장을 읽고 기도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운 원칙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교회는 어디든 한 교회만을 다닌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부서에서든지 한 가지 봉사를 꼭 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로 키운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사고의 위험 속에서도 지켜주셨음에 감사했습니다. 경찰은 망가진 제 차를 보고 폐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자동차보험처리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저는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차를 견인해 간 자동차공업사에서 그 차를 수리해서 팔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마침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 한 분이 우리 교회 집사님을 잘 알고 계셨는데 그분과 연결이 되어 좋은 가격에 자동차를 팔 수 있었습니다. 폐차했으면 남은 차대출금도 못갚고 물적으로 가득이나 힘든데 더 부담이 컸을 텐데 하나님께서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도 미리 다 아시고 일을 처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건강이 회복되기까지 직장으로의 복귀가 늦어짐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감사는 잊혀지고 불평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쉬면 쉴수록 환경적인 압박감은 더해만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일을 하자니 몸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저의 형편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아시고 그 대책을 마련해놓고 계셨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칠년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큰 물질적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준 그 친구는 돈을 갚는 대신 다만 훗날 제가 잘되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부탁의 말만 남겼습니다. 저는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께서는 제가 계산하고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심을 깨달았습니다. 잠시나마 불평했던 마음마저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제가 좀 더 영적으로 민감하여 하나님의 계획을 잘 읽을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작정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회복시켜주시고 큰 사고 속에서도 안위하시고 깊은 영적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