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교구 최영자 권사
33년 전 저는 깊은 고통의 상처를 안고 34세의 나이에 세 살 된 딸을 데리고 부산을 떠나 강원도 친정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서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며칠을 울며 고민하다 딸아이만 친정에 두고 혼자 서울로 갔습니다. 결혼 전 함께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의 소개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밖에 쉬는 날이 없어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딸아이를 생각하며 슬퍼도 3년을 참고 일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보고 싶어 친정집을 갔더니 친척동생이 결혼을 해 남양주에 신혼집을 구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친척동생에게 전세비 반과 양육비를 주고 딸아이를 보살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딸아이를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 아이를 안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어디 다쳤나 하는 생각에 옷을 벗겨보니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물었더니 이모가 때렸다며 계속 울었습니다. 제 마음은 찢어지듯이 아팠지만 이모말을 안들었겠지 하며 밖으로 나와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데 문간방에 사는 새댁이 “애기를 데려가면 안되겠냐” 면서 “불쌍해서 볼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멍든 엉덩이’도 엄마를 찾으며 울다가 옷에다 소변을 보았다고 때려서 그런거라고 했습니다. 해만 넘어가면 엄마 찾으며 추운 겨울에 밖에서 울어도 한 번 데리고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하는 말을 듣는데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이 아팠습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언니에게 얼마의 돈을 빌리고 그 동안 모은 돈과 합쳐 장사를 시작해 딸 아이와 함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도 자라 학교에 다니고 피아노도 가르치며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이 자궁암 3기여서 수술도 받지 못하고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매일 죽을 생각만 하며 지내고 있는데 누가 기도원 에 갔다오면 금새 좋아진다는 얘기를 전해주더랍니다. 그런데 함께 갈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 고모를 위해 함께 기도원에 갔습니다. 생전 처음 기도원 대성전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사람들이 정신병자처럼 고함을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어떤 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방언기도인걸 알았지만 당시에는 머리가 돌 지경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정상적인 사람들로 안 보이고 사이비 집단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하루가 지나고 둘째날 어느 목사님의 설교 중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놀라운 은혜를 체험했습니다. 그 말씀은 그동안 무거운 짐에 짖눌려 살면서 그 무엇으로도 위로 받지 못했던 저에게 너무나 큰 위로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눌렸던 것이 빠져나가는 것 같으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 얼마나 통곡하고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눈물은 제 딸 때문에 울었는데 그 때 흘렸던 눈물은 내 인생의 억울함, 외로움, 허망함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흐르는 눈물이였습니다. 또 어느 목사님께서 로마서 8장 1,2절 말씀을 하시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며 확 꽂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말씀을 몇 번 읽었을 뿐인데 다 외워졌을 뿐 아니라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하였음이라"고 하신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도원에서 기도성회를 끝내고 하산을 하여 집으로 걸어오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서 걷는 것 같았습니다. 찬송가 405장이 밥을 먹는 시간에도 입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도 꿈에서도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고모가 사시는 부평으로 이사를 왔고 그러면서 그 당시 갈산동에 있었던 우리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다가 하나님께서 구역장의 직분도 맡겨주셔서 사명 감당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교회건축을 위해서도 딸아이의 이름으로 헌신하며 믿음과 기도의 두 기둥을 굳게 잡고 주님께 충성했습니다.
저는 주님 안에서 제 딸 아이가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통해 봉사하며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자녀로 키우기를 원했는데 하나님께서는 딸 아이에게 재능을 주셔서 피아노를 전공하게 하시고 대학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교회에서 반주자로 또 교회학교 교사로 16년째 봉사하도록 해주셨습니다. 딸 아이는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파트도 대출없이 분양을 받고 2011년 2월에는 결혼 6년 만에 예쁜 딸까지 출산하여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부족하고 보잘 것 없지만 열심히 자녀를 위해 눈물의 기도와 물질로 심었더니 하나님이 이렇게 큰 복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과 은혜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혹은 정신이상자로 떠돌며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저를 말씀으로 고쳐주시고 구원하시고 아름다운 가정과 자녀를 주셔서 하나님께서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축복해주신 것입니다. 저는 늘 기도를 마칠 때마다 제 마음의 소원을 담아 이렇게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저의 남은 여생이 하나님 앞에 산 제사와 제물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리며 온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