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교구 김기은 지역장

어린 시절 저희 아버지는 뼛속까지 유교사상으로 가득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교회 나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네 누나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회만 가면 그렇게 마음이 평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십 리나 더 되는 거리에 있는 교회를 힘든 줄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다니며 은혜도 받고 성령체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교회 다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주의 종이 되는 것이 꿈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같은 교회에 다니던 저보다 한 살 많은 누나가 있었는데 기도도 뜨겁게 하고 봉사도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되었고 서로 열심히 봉사하면서 가깝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나는 지금까지 36년 동안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제 아내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아내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집안에 장남인 아들이 교회 나가는 것도 못마땅한데 며느리마저 믿음이 좋은 여자가 들어온다고 하니 교회를 싫어하시는 아버지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가 없으셨던 것입니다. 그래도 결혼 승락을 받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아버지께서는 저희 부부에게 장남이 교회를 다니면 제사는 누가 지내냐고 불호령을 내리시고 농사 짓기도 바쁜데 한가하게 교회 갈 시간이 어디 있냐고 호통을 치시며 교회를 못 나가게 방해하셨습니다. 이대로는 도무지 신앙생활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희 부부는 고민한 끝에 아버지 몰래 패물을 팔아 작은 방을 얻어 따로 나가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믿음으로 무작정 나온 저희 부부에게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섭리로 가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책임져 주셨습니다.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입덧을 하게 되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할 때마다 사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던 저는 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저의 마음까지 헤아리시고 아내가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다음 날 교회 집사님을 통해서 딸기가 들어오게 하시고, 또 아내가 오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다른 이웃을 통해서 오이를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한번은 아내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하자 쌀 가게 하시는 작은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을 때도 작은아버지께서 일손을 도와 달라고 하실 때 아내와 함께 가게의 궂은일을 도와 드리곤 했으니 쌀 한 말 빌려 달라는 부탁을 쉽게 들어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 작은아버지에게 쌀 한 말을 빌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저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시는 작은아버지를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을 새삼 느끼며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장 쌀이 떨어졌는데 우리 식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나왔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임 목사님의 설교 말씀대로 하나님께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릎 꿇고 우리 가족이 굶지 않을 양식을 보내달라고 하나님 앞에 눈물로 기도하였는데 삼일 정도 지나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생각나서 쌀 한 말을 보냈다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그 쌀 한 말을 보면서 이스라엘 땅에 가뭄이 들어 엘리야의 양식이 떨어졌을 때 까마귀를 통해 양식을 날라 주시던 하나님의 손길이 떠올랐고 저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응답하심과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