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교구 박영숙 권사

저는 믿음이 좋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하나님을 알았고 나름대로 신앙생활도 성실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믿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한 직장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들어갔다가 3개월을 못 버티고 나오고 또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수시로 반복했습니다. 그런 환경 가운데 큰딸을 임신하게 되었고 집안에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저라도 나가 돈을 벌어 보았지만 그 돈으로 우리 가족이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경상도에 있는 시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서울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저는 낯설고 가난한 시골로 내려와 생전 처음 장작불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으면서 온갖 고생 속에 큰 아이를 키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가난보다 저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를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시댁 식구들이었습니다. 저희 시댁은 여자도 제사를 지낼 때 절을 할 만큼 대대로 우상을 숭배해 온 불신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은 예수님을 믿는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교회를 다니지 못하게 핍박했습니다. 제가 교회를 다녀오는 날이면 남편은 제 성경책을 갈기갈기 찢으며 핍박했고, 시동생 또한 제가 교회만 갔다 하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처녀 때 그렇게 열심히 신앙생활 했던 저였는데 남편과 시동생의 모진 핍박에 못 이겨 교회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해마다 제삿날이 오면 작은아버지와 시동생은 우리 집은 여자도 절을 해야 하고 특히 저는 맏며느리기 때문에 당연히 절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얼마나 저를 힘들게 했는지 그 고통은 이루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제사 음식은 만들어도 차마 제사상에 절을 할 수는 없었던 저는 남편과 시동생의 모진 핍박을 견뎌내며 마음속에 서러움이 가득 찰 때마다 하나님께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마을에 저와 비슷하게 출산을 앞둔 여자가 저를 포함해서 아홉 명이었는데 출산할 때 보니 저만 아들을 낳았습니다. 딸보다 아들 낳는 것을 더 귀하게 여길 때라 동네에서 저만 아들을 낳았으니 남편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결혼 생활 내내 직장에 적응도 못 하고 어쩌다 월급을 받아도 저에게 주지 않고 흥청망청 썼던 남편인데 아들을 낳는 순간부터 정신을 차렸는지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 착실하게 월급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86년에 우리 가족은 인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골에 있을 때 교회 나가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프게 여긴 친정 어머니께서 저를 집 근처 교회로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하지만 교회를 다녀올 때마다 여전히 남편과 시동생의 핍박은 심했고 저 또한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탓인지 교회를 가도 졸다가 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적으로 갈급함과 예배에 대한 사모함이 커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도에 순복음부평교회를 다니는 집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길을 가다가 순복음부평교회를 보면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혼자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면서 기도만 했었습니다. 그러다 이웃에 사는 집사님의 전도로 드디어 우리 교회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처음 우리 교회에 나와 위임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가뭄처럼 메말랐던 제 영혼에 시원한 단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첫 예배 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신앙생활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남편과 시동생이 핍박하면 이길 수가 없어 교회를 다니지 못했는데 위임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오뚝이 같은 신앙생활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시편 119편 71절에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라는 말씀을 붙잡고 이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고 나를 지켜 주신다는 믿음으로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구역예배와 십일조도 남편 몰래 믿음으로 심으며 신앙이 굳건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말할 수 없는 축복을 물 붓듯이 쏟아 부어 주셨습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