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교구 김숙경 구역장

저는 순복음부평교회 지역장인 친정 언니의 끈질긴 전도와 오랜 시간 무속신앙에 빠져 지내던 시어머니의 회심이 계기가 되어 우리 교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회에 나와 신앙생활을 할 때는 무척 신이 났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와 기도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바로 제 기도제목에 응답을 해 주셨고 저는 크고 작은 기도제목들이 응답받는 것을 보면서 더 열심히 기도와 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고난을 이겨 낸 분들의 간증책을 보면 도전을 받기보다는 저는 저런 고난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 절대로 고난을 주시면 안 된다는 기도도 드렸습니다.

그러던 2014년 가을, 사랑하는 남편이 갑작스럽게 ‘신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신장이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므로 평생 염분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식이조절과 약 복용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우리 가족은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전까지 남편은 주일만 겨우 교회 나오는 정도의 믿음 없는 신앙이었는데 질병을 통해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기도원과 우리 교회 철야예배를 통해 뜨겁게 기도함으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도 차츰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2015년 새해를 맞은 둘째 주일, 남편은 갑작스러운 고열로 급히 응급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세균성 폐렴’이었고 생명이 위독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나님을 찾으며 남편을 살려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이틀 후 남편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로 달려 나가 겟세마네기도회에서 울부짖으며 남편을 살려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예수님과 천사들이 남편의 침상을 에워싸고 지키고 있는 환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그 환상을 보면서 예수님이 함께하시니 반드시 남편이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몇 주 후 남편은 증상이 호전되어 산소호흡기를 떼고 깨어났습니다. 숨쉬기 힘들어하면서 눈을 뜨려는 남편에게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이 느껴져?”라고 묻자 남편은 잡은 제 손에 힘을 꼭 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 기도를 드렸고 남편은 입 모양으로 “아멘” 하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남편과의 마지막 의사소통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 날 증상이 다시 악화되었고 열흘 후 남편은 하나님 곁으로 갔습니다. 기도 가운데 제가 봤던 환상은 그동안 구원받지 못했던 남편이 이제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하고 예수님과 함께 천국에 올라가는 것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의 고난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떠난 슬픔과 막막함을 감당할 수가 없어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아파트에서 몇 번을 뛰어내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남겨질 두 아이가 눈에 밟혀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겟세마네기도회로 인도하셨습니다. 기도해도 소용없다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저녁만 되면 제 발걸음은 교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기도회 두 시간 동안 하나님을 원망하며 울기만 했고 울다 지치면 멍하니 앉아 십자가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끝나고 나올 때면 내일부터는 절대 안 올 거라고 다짐하며 돌아갔지만 매일 저녁 베데스다 성전에 앉아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8개월이 지나고 교회에서 수험생 자녀를 위한 특별겟세마네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터지지 않던 기도의 문이 터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요한복음 14장 18절에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는 말씀으로 저를 위로하시며 저를 만나 주셨습니다. 기도회 3일째 되는 날 예수님께서 저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을 보여 주시며 그 십자가에 제가 매달리는 것을 보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죄인 중의 죄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날마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님보다 남편을 더 많이 사랑했던 것을 철저히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구역장의 사명을 받아 섬기면서 하나님을 위한 섬김이 아니라 제 기준에 맞춰서 봉사와 전도를 열심히 했던 것도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그동안 열심히 기도와 봉사를 했던 것은 기도를 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문제를 주실 것 같은 불안감과 봉사해서 복을 받아 이 땅에서 잘 살아야 한다는 기복적인 신앙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주종관계가 아닌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였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기도 중에 저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아이가 되어 아버지의 품에 안겨 “아빠! 아빠!” 하면서 재롱을 떠는 제 모습을 보았고 그 순간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 폭포수 같이 내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남편은 이제 제 곁에 없지만 더는 상실감에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고난을 통해서 그동안 엉터리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엉터리인 줄 몰랐던 저의 어리석은 죄를 깨닫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또한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을 통해 땅의 것에만 소망을 두던 제가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축복 중의 축복입니다. 남편 역시 투병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갔으니 이 세상에서 천국으로 이사한 것뿐이고, 남편이 있는 천국이 제 마음속에도 있으니 이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쁨이고 감사입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저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항상 함께해 주실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모든 영광과 찬송을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