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구 유태균 학생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거리에서 찬양과 연극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예수님을 전한 우리 선교팀은 다음 날 현지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베이스 사역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다른 팀원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노숙자’라는 단어만으로도 마음속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역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 거부감은 왠지 노숙자들은 불안함과 우울함에 싸여 있을 것만 같고 공격적인 성격에 누가 다가가면 곁을 내주기는커녕 내칠 것 같다는 선입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역 가운데 마주친 사람들은 저를 향해 너무나도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노숙자에 관한 생각이 모두 다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숙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그들의 머리를 감겨 주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저는 물에 손이 오래 닿으면 수포가 생기는 증상이 있었지만 머리를 감겨 주는 동안 제 손에 대한 염려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 예수님의 마음으로 머리를 감겨 주는데 집중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아, 나도 예수님 안에서 이렇게 변화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의 고백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그 사람들이 못 먹고 헐벗어서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더 불쌍한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동안 작은 것에 감사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문득 하루 종일 물이 닿아 있던 손에 수포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연약함을 아시고 손에 수포가 생기지 않도록 지켜 주신 것입니다!

선교 셋째 날, 햇볕이 너무나 뜨거워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저와 팀원들은 25kg의 쌀을 어깨에 짊어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현지교회 교인들 집을 방문하면서 쌀을 전해 주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쏟아지는 땡볕에 짐을 지고 길을 걷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순간 작은 쌀 한 포대 드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지신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울 지 생각하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었고 곳곳에 더러운 물이 고여 있어 악취가 진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을 때 저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계단이 없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하는 작은 방에서 교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허락된 그들의 집은 제가 알고 있는 집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들의 집은 편안하지도 안락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다리로 오르내려야 했기에 때때로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아이들이 많은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현지 성도들은 말씀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 방과 거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제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고 훌륭하신 부모님 곁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일정 속에서 저와 선교팀원들이 당당하게 예수님을 전할수록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하나님은 이번 선교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사를 회복시키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의 성공만을 바랐던 저의 연약한 믿음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 받고 싶다는 비전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어느 곳에서든 기도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께서 저의 삶을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주신 믿음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며 더욱 기도에 몸부림치는 제가 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지금까지 필리핀 선교를 통해 감사를 깨닫게 하시고 새로운 믿음의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립니다!

박스내용 : 노숙자들과 가난한 현지 성도들을 섬길 때 감사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신 하나님께서는 편협했던 저의 생각을 바꿔 주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믿음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