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교구 정정해 권사

 
저는 1988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구역장 임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인천으로 이사를 왔고 지역의 한 교회에 등록만 한 상태로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에서는 직장에 다녀야만 했기에 교회에 헌신하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구역장의 사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명감 없이 주어진 구역장의 직분은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더군다나 지역장님과 다투기까지 하다 보니 그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명을 내려놓고 간신히 교회만 다니고 있었습니다.

영이 메말라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들을 수 없는 삶은 너무나도 끔찍했습니다. 남편은 도박에 손을 댔고 술을 마시면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이런 결혼 생활이 26년, 그것은 너무나 불행했고 마치 지옥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딸에게 남편의 외도가 발각되면서 저는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위자료도 받지 않고 아이들과 무허가 전셋집 한편에서 중풍에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자면 무엇보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저는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리는 대신 어리석게도 다단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다단계의 빚이 제 삶을 망가뜨려 놓았고 저는 아이들에게 다단계에 미친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살아온 삶이었지만 인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감당하기 힘든 절망이었지만 여전히 하나님께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상은 재혼한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마치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희생했던 시간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의 도움으로 카드빚도 어느 정도 갚아 나가며 경제적 상황은 점차 나아졌지만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내면의 영은 여전히 허무하고 갈급하기만 했습니다. 급기야 저는 살아갈 소망조차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 모습을 본 남편이 자녀들에게서 떠나 있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송탄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새로운 곳이었지만 그래도 주일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나간 한 교회에서 인격적이고 따뜻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무했던 제 가슴에 말씀의 은혜를 채워 주신 것입니다.

말씀에 비친 제 모습에 가슴을 치고 울며 하나님을 알아가던 그 때, 일을 하던 회사의 인원감축 명단에 제가 해당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열심히 일했지만 해고를 당한다는 걱정과 서러움에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께서 직장이 아니라 ‘날 위해 울어본 적이 있느냐’라는 물음을 던지셨고, 저는 누운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일어나 눈물로 회개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말씀대로 나를 드러내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다가 교회식당에서 설거지를 시작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알아갔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남편은 점차 신앙생활을 핍박하며 자신을 따라 천주교를 믿을지 아니면 헤어질지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전 신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남편과 헤어진 뒤로 부평에 있는 딸과 함께 살면서 우리교회에 등록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믿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하나님께서 다시 맡겨 주신 구역장의 사명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더 매달릴수록 이전의 삶이 철저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회개의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잘못과 여전히 울고 있는 모습이 부끄러워질 무렵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말씀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동안 환경에 매여 있던 나를 발견했고 그 때문에 변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또 말씀을 대면했을 때 십자가를 가슴으로 깨달으며 모든 것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눈물의 질이 바뀌었고 이제는 내가 아닌 나라와 교회,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맡겨 주신 사명을 위해 울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명을 감당할 때 감사가 흘러넘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넘치는 감사로 사명을 감당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1년 넘게 인대가 끊어져 아팠던 오른쪽 어깨의 통증을 어느 순간 치유해 주신 것입니다. 할렐루야!

이제는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의 길을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믿음을 갖기 위해 날마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으로 미디어를 끊고 새벽에 무릎을 꿇어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며 미세한 하나님의 사인도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지금까지 귀한 사명 맡겨 주시고 감사로 감당케 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박스내용 : 사명을 가볍게 여기고 하나님 대신 사람을 바라보다 소망을 잃어버렸던 제게 하나님께서는 다시 사명을 맡겨 주시며 아픈 어깨까지 치유 받게 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