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례에는 영조 52년 유이지 공이 지은 운조루(雲鳥樓)라는 고택이 있습니다. 이 집의 곳간 앞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새겨진 쌀뒤주가 있는데, 이 글자의 뜻은 누구나 마개를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주의 위치도 집 주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아두어 쌀을 가져가는 이가 마음 편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인은 연말에 이 뒤주에 쌀이 남아있으면 손님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하여 하인들을 꾸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각종 민란과 6.25때 많은 지주의 집이 파괴되었지만 이 집만은 잘 보존되어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나눔의 마음도 훌륭하지만 받는 이의 마음까지 배려한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 도움이 우리의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받는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하는 나눔으로 배려가 넘치는 연말을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