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교구 오희옥 구역장

 
저는 20년 전 부평으로 이사 오면서 우리 교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다 같이 교회에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고 저는 구역장의 직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예배를 잘 드리지 못했고 저의 신앙은 점점 나태해졌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구역장의 사명을 다시 감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모르는 사람보다 손발이 잘 맞는 저와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저는 남편을 따라다니며 남편의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요예배, 철야예배, 구역예배는 참석하기 어려웠고 주일예배만 간신히 드리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는 것을 믿기에 주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는 제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고 예배 대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제 일을 그만두고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기도했습니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예배드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를 원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병원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해 보니 암이 아닌 섬유근종으로 밝혀졌습니다. 당분간 쉬었지만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다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허리 디스크가 파열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태라 일을 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에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수술이라는 고통을 겪은 것 같아 보일지라도 저에게는 질병이 예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서 하나님과 만나는 기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신앙생활을 회복하는 동안 평소 신장과 방광이 좋지 않았던 저희 아버지가 2년 전에 방광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8남매의 맏아들로 기독교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신앙생활하는 여동생, 그리고 조카의 가족과 함께 아버지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1년 동안은 모든 형제가 간병인도 쓰지 않고 정말 열심히 간호했습니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들이 계속되면서 아버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동시에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장소가 순천이어서 교회 성도들이 먼 길을 오가는 문제로 힘들어하지 않고 장례의 모든 절차를 잘 끝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추석 이틀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장례를 명절에 치르게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곳곳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버지는 임종 직전 예수님을 영접하셨고, 장례도 여동생이 섬기는 교회의 목사님을 모시고 기독교식으로 치르게 되었습니다. 또 추석 연휴인지라 많은 친척들이 이미 각처에서 내려와 있었고, 비어 있는 넓은 장례식장을 사용하도록 병원 측에서도 많은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기독교식으로 치러지는 장례라 평소 기독교 이야기만 나와도 발끈하는 아버지의 형제들이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것마저 평탄하게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어느 누구도 장례에 대해 단 한 마디 불평이 없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하나님께서 집안에 영향력이 큰 작은 아버지의 마음을 열어 주셔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호기심에 성경을 통독하게 하시면서 기독교식 장례에 대한 다른 가족들의 불만을 잠재워 주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례가 끝난 주일에 어머니께서 예수님을 영접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오빠와 다른 동생들이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아직 모든 형제들이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는 예수님을 믿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예배에 참석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것이 기도의 힘이며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기도한 것보다 더 놀랍도록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할렐루야!

박스 내용: 하나님께서는 세상일보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했을 때 질병의 고난과 회복이라는 섭리로 예배의 자리에 불러 주시고, 한 영혼을 위한 기도를 통해 많은 가족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